학생가의 살인

그저 핑계일 뿐이겠지만 요즘에는 책을 많이 읽지 못한다. 특히 예전에는 출퇴근 시간에 책을 읽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이패드와 아이폰이 생긴 이후로 RSS로 뉴스를 보거나, Instapaper에 저장해둔 글을 읽게 되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이 책은 부산에 놀러갔다가 보수동 책방 거리에서 기념으로 사왔다. 뉴스나 짧은 아티클들을 읽다보면 책처럼 긴 글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책들 중에서도 기분을 전환하고 싶을 때는 추리소설 만한 것이 없다. 그리고 요즘 추리소설을 읽는다 치면 자연스럽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고르게 된다.

추리소설

어쩌면 나 혼자 생각일 수도 있지만 보통 추리소설이라하면 트릭의 장치와 그 문제를 해결해 가는 추리 기법이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사람들의 심리나 행동도 어느정도 묘사가 되지만, 대부분은 사건에 개연성을 줘서 독자들이 거부감 없이 사건에 몰입하도록 하기 위한 부수적인 도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갑작스레 사건이 발생하고, 현장의 모습은 자연적으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몇 가지 빈틈 – 힌트 – 가 존재하고 그것을 이리저리 잘 맞춰보면 일견 불가능해 보이는 그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해답을 찾아내면서 자연스럽게 범인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마지막에 범인의 모티브를 말하는 것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끝내야할 필요 때문일 뿐이다.

추리보다는 인물

물론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도 이러한 순서를 어느정도는 차근차근 따른다. 사건이 발생하고, 언뜻 불가능해 보이는 현장의 모습이 미스테리를 부풀린다. 퍼즐을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사건의 본질과 범인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추리물과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이 소설은 사건의 트릭 그 자체보다는 그 사건을 발생시킨 사람들의 심리에 더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말할 생각은 없지만, 이 사건의 중심이 되는 미스터리도 정교한 퍼즐처럼 잘 짜여졌다고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 몰입이 되는 것은 작가가 자연스럽게 “퍼즐을 풀어보라”가 아닌 왜 주인공은 범인을 찾으려고 하는가, 왜 살인자는 그 사람들을 죽였을까. 왜 희생자는 죽어야 했는지 우리가 계속 질문을 던지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사람 이야기

결국 이 소설을 끝까지 읽고 보면, 죽인 사람도 죽은 사람도 꼭 그래야만하는 필연성은 없었다. 그냥 무덤덤하게 본다면, 왜 굳이 저런 일로… 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우리가 평소 견디고 대처해오던 이상의 무언가가 갑자기 우리 앞에 닥쳤을 때, 나도 모르게 우린 틀린 생각을 확고하게 믿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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