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키노트를 보고 드는 생각

어제 새벽에 애플의 키노트가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미리 루머로 떠돌던 더 작은 크기의 iPad Pro와 iPhone SE를 제외하면 새로운 제품 발표는 없었기 때문에 많이들 실망했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꽤 재밌게 봤습니다.

발표순서는 대강

  1. 환경
  2. HealthKit과 CareKit의 소개
  3. 교실을 위한 아이패드
  4. 애플와치 가격 인하와 새로운 줄
  5. 새로운 아이폰과 아이패드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번에 대한 것은 애플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어떻게 환경에 기여하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재생에너지로 93% 이상을 충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꽤 놀라웠는데요. 아마 100%에 도달하는 것은 당분간 쉽지 않을지 몰라도 그러한 노력은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재미있었던 것은 Liam이라는 아이폰 살해기계, 아니 재활용을 위한 분해 기계였습니다. 은근히 귀여워 보이기도 하네요.

개인적으로 오늘 가장 의미있다고 생각한 것은 CareKit이었습니다. 세번 째인 교실을 위한 환경과 더불어서 애플은 한 사람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관리하고자 하는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헬스킷이 환자들에 대한 정보를 연구기관에 제공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면, 케어킷은 환자들을 위한 정보와 유용성을 제시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만약 활성화 된다면, 미국에서는 종이로된 약이나 운동처방적이 사라질 수도 있겠네요. 특히 꼼꼼한 관리가 필요한 환자에게 유용할 것 같습니다.

이 후의 발표는 약간의 흥미는 있었지만, 특별할 것은 없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작년인가부터 조만간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도 숫자를 떼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새로운 아이폰이 아이폰 SE라는 이름으로 숫자없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왠지 곧 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아이폰에서도 Pro 모델이 나온다는 루머가 들리고, 아이패드에서도 두 가지 크기의 아이패드 프로가 나오는 것을 보면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점점 더 특별한 카테고리가 아니라 미래의 컴퓨터로 생각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예를 들어, 아이패드는 두 개 크기 (9.7″, 12.9″)의 프로와 두 개 크기의 에어 (9.7″, 7.9″)로 나뉘고 아이폰은 더 많은 사람이 쓰는 점과 항상 휴대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서 5.5″의 프로, 4.7″와 5.5″(플러스)의 일반 아이폰, 그리고 4″의 SE (혹시 Smaller Edition은 아닐까요) 정도로 정리가 되지 않을까도 생각해 봅니다.

9.7″의 아이패드 프로 소개 화면에 아이패드에 애플펜슬을 이용해서 온고이지신을 한자로 쓰는 장면이 나왔는데요. 말 그대로 옛것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것을 만들자는 뜻이지요. 아마 애플은 이 말을 통해서 과거 제품과 다를 것 없는 4″, 9.7″ 아이폰, 아이패드를 출시하는 자신들의 입장을 변호하려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아이폰과 아이패드라는 제품 카테고리에서는 한국의 기자들이 사랑하는 혁신적인 변화는 없고, 점진적인 개선 + 한 가지 킬러 기능 (3D 터치 같은) 정도가 반복될 것이라고 짐작해 봅니다.

아마 혁신이 있다면,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통해서 일 것입니다.

Advertisements

나의 오래된 이어폰

나는 오랫동안 잘 사용한 물건들은 나중에 그 소용이 다하고 나서도 잘 버리질 못한다. 아마 그러니 오랫동안 잘 사용한 이 이어폰도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버리거나 하진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이제 새로운 이어폰을 사서 그 새로운 것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으니, 이젠 거의 대부분 잊고 지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한참을 사용한 이어폰은 젠하이저에서 나온 cx980i이다. 아이폰 4를 처음 사고 얼마 안되서 구매했으니 햇수로 벌써 5년은 된 것 같다. 이 녀석을 사기 전에는 번들이어폰이나 몇 천원짜리 저렴한 이어폰만 사용했었는데, 처음으로 비싼 이어폰을 사서 들어보고나서 — 잘은 모르겠지만 — 소리가 좀 다르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이어폰을 사용하다가 처음으로 낡아간다고 느낀 것은 재작년 쯤에 리모콘 부분의 뒷판이 떨어졌을 때였다. 결속 부위가 부러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별다른 방도가 없어서 순간 접착제로 붙여서 사용했다. 그러다가 작년 하반기가 시작될 때 쯤 부터는 오른쪽 귀로 이어지는 이어폰 줄의 피복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검은색 절연 테이프도 붙여봤지만 너무 뚜거워서 되려 불편했고, 그래서 그냥 다니자니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 보여서 불안했다.

어찌어찌 반창고로 잘 감싸서 반년 가까이 잘 듣고 다녔다. 그 사이 리모콘의 등판이 한 번 더 떨어지기도 했지만, 내 귀에 소리는 사실 그다지 문제가 없었고, 그저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을 때, 오른쪽으로 누리끼리하게 드러나 보이는 것이 적이 불편할 뿐이었다.

한 번 눈이 높아져 버리니 저렴한 것은 그다지 마음이 차지 않고, 또 비싸고 좋아보이는 것은 왠지 돼지 목의 진주목걸이처럼 느껴지는 바람에 새 이어폰을 사는 것은 자꾸 미루기만 했다. 불편하다 했지만 막상 쓸 때는 불편한 줄도 잘 모르기도 했다. 그러다가 원래는 200불 정도 한다는 이어폰이 50 달러에 팔리는 것을 보고 얼른 주문을 넣어서 오늘 받을 수 있었다. 적당한 가격에 꽤 고급스런 생김새에 한 번 들어보니 소리도 내 귀엔 충분히 괜찮다.

그래서 이제 이 오래된 이어폰을 처음 샀을 때 들어있던 케이스에 넣어서 서랍장 한 쪽에 잘 보관해 두려한다.

매실주 스파클링

사실 맥주가 가장 만만하다 보니 집에서 술을 먹는다 하면 거의 항상 가까운 편의점에서 네 캔에 만 원짜리 수입 맥주를 사다가 먹는다. 지난 설인가에 어머니께서 담그신 매실주를 주시기도 하셨는데 잘 먹지 못했다.

보통 치킨을 안주로 먹거나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보면서 오랫동안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매실주라는 것이 소주에 매실을 담가서 담그다 보니 그렇게 많이 먹을 수가 없는 술이다. 그래서 한참 동안 냉장고에 두고 먹어야지 먹어야지 하면서도 그냥 지나왔다.

한참 지나다 문득 생각난 것이 유리잔에 얼음을 넣고 매실주와 탄산수를 섞어 먹는 것이다. 탄산수도 제법 좋아하는 편이라 집에 초정 탄산수가 거의 항상 잔뜩 있는 편이다. 그래서 한 번 섞어서 마셔봤는데, 처음에는 술을 너무 적게 탔는지 밍밍하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오늘은 매실주를 조금 진하게 타 봤는데, 향도 잘 나고 빛깔도 곱다.

따로 온더록스 용 잔은 없어서 투명한 맥주잔을 사용한다.

맥주잔에 크고 둥그런 얼음을 한 덩어리 집어넣고, 매실주를 먼저 붓는다. 술은 잔의 1/4 정도가 차도록 붓는다. 그리고 탄산수로 나머지를 채운다.

이렇게 하면 꽤 오랫동안 홀짝이며 먹어도 부담되지 않는다. 가끔 낮에 마시기에도 좋고.

그리고 이렇게 술을 먹다 보니, 그리고 업무상 술 관련 자료를 찾다 보니, 전통주에도 관심이 조금씩 간다. 조만간 죽력고와 삼해주를 찾아서 마셔볼 생각이다.

시간이 아닌 에너지를 관리하라

해야할 일이 많을 때, 생산성이 자꾸 떨어지고 있을 때, 회사에서는 종종 우리에게 더 많은 시간을 회사에 쏟아붓길 바라고, 우리 스스로도 회사에서 더 오래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심층적인 조사를 해 본 결과 토니 슈와츠와 캐서린 맥카시는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아닌 에너지를 양호한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글은 스티브 워너 씨의 사례를 예로 들며 시작한다. 37세의 스티브 워너씨는 존경 받는 언스트 앤 영의 파트너이고, 결혼하여 네 아이를 두고 있다. 저자가 워너씨를 만났을 때, 그는 매일 12~14시간 씩 일하고 있었고, 언제나 피곤했으며, 저녁에 퇴근해서 가족들에게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어서 죄책감을 느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꼬, 운동할 시간은 없었으며, 건강한 식사는 거의 하지 못하고, 대신 책상 위에 군것질 거리를 두고 먹을 뿐이었다. 이는 그리 특별할 것 없는 모습이고 — 특히 한국에서 — 상당히 흔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활로 집중력이 떨어지면 우리는 자꾸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일을 처리하려고 드는 경향이 있는데,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은 한정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필요하다고 해서 무작정 시간을 더 쏟아부을 수 없다. 열쇠는 구성원의 에너지 레벨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조직 관점에서도 개인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뽑아낸다는 생각에서 개인을 동기부여하기 위해 구성원에게 투자한다는 생각으로의 이동이 필요하다.

개인들도 건강한 습관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말한 워너 씨의 경우에도, 습관을 바꾸고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일찍 잠에 들고, 잠을 푹 자기 위해서 술을 마시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개운했기 때문에 아침마다 운동을 하게 되었고, 두 달이 채 안되어 7kg 정도가 빠졌다. 여전히 긴 시간 일해야 하지만, 점심에는 반드시 사무실 밖으로 나가서 먹으며 기분을 새롭게 한다. 집에 왔을 때는 마음이 가벼워져 있어서 가족과 더 잘 지낼 수 있게 되었다.

건강한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서 저자는 와코비아 은행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여러 해에 걸쳐 트레이닝과 성과를 관찰했고, 결론적으로는 건강한 습관을 통해서 에너지의 양과 질을 높이는 것이 생산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저자는 에너지를 네 가지로 나누어서 이에 맞는 습관을 형성하도록 트레이닝을 수행했다. 첫 째는 육신으로 물리적인 에너지를 늘릴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양에 가깝다.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잘 쉬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감정으로 에너지의 질에 대한 것이다. 대부분 그러하겠지만,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을 때 우리는 가장 집중해서 일을 잘 할 수 있다. 물론 긍정적인 감정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는 유용한 방법의 한 가지로 복식호흡을 깊이 하는 것을 추천한다. 긍정적인 감정을 강화하는 다른 좋은 방법은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이다. 손 편지를 쓰든, 메일을 보내든, 전화를 걸든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면서 그래서 고맙다고 말하는 것이 긍정적인 감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셋 째, 정신은 에너지를 어디에 집중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제는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실제로 사람은 언뜻 그렇게 보일 때가 있을지언정 멀티태스킹을 할 수 없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할 수 있고, 동시에 여러 개의 일을 하려 들다가는 그렇게 한 모든 일의 질이 나빠지게 된다. (나도 관련한 상담에서 중요한 것은 멀티 시프팅 Multi-shifting이라고 들었었다. 내가 해야할 일들을 최소의 단위로 잘 쪼개서 — 이는 GTD 개념과 유사하다 — 하나를 완료하고 상황에 맞춰서 다음에 할 일을 잘 고르는 것이다) 그러니 만약 가능하다면 하나의 일에 집중할 필요가 있을 때는 방해받지 않는 공간으로 장소를 잠시 옮기고, 이메일이니 문자 알림이 하는 것은 모두 꺼두는 것도 좋다. 이메일 같은 것은 당장 급한 것이 아니라면, 시간을 정해두고 하루에 한 번이나 두번 나누어서 처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에너지를 쏟아붓는 일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서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지금 하는 일이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와 부합한다면 긍정적인 에너지 상태를 더 잘 유지할 수 있고, 더 집중하고, 더 오래 견딜 수 있다. 안타까운 점은 점점 업무가 바빠지다 보니 이 주제에는 집중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에너지 트레이닝에서 이 주제를 가장 먼저 꺼내는 것은 생산성 측면에서도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아서 무시되기 십상이다. 앞의 세 가지를 통해 먼저 에너지 레벨을 높이고, 마지막으로 오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것이있다. 지칠 때까지 업무에 집중하다보니 에너지가 바닥나 버려서 더 이상 무언가를 할 의욕을 상실해 버리는 현상이다. 때때로 누구보다 에너지가 넘쳐보이고, 대단한 의지와 노력으로 높은 자리에 올라갔다고 생각한 사람이 어느 순간 회사를 그만둬 버리거나 심하면 자살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에너지를 관리하면서 어느 정도 수준 이상으로 유지한 것이 아니라 눈 앞의 일에만 집중하느라 에너지를 소모하기만 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물의 물은 계속 꺼내 써야 다시 차오르는 것이 맞지만, 무턱대고 펌프를 달고 퍼내다가는 지하수까지 다 말라버릴지도 모른다.

Pomodoro와 Flat Tomato

Pomodoro는 무엇인가

Pomodoro(이하, 포모도로) 방법론은 생상선을 높이기 위한 아주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포모도로 방법론은 1980년대에 Francesco Cirillo에 의해서 고안된 방법론1입니다. 사실 포모도로는 이탈리아어로 토마토라는 뜻인데, 처음 방법론을 고안할 때 아래 사진과 같은 타이머를 이용하다보니 이런 명칭으로 정해진 듯 합니다.

포모도로 타이머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전통적인 방식의 포모도로는 적용이 단순합니다.

  1. 25분 간 집중해서 할 일을 처리
  2. 5분 휴식
  3. 1.과 2.를 세 번 반복하고 25분 간 집중해서 할 일 처리 (그러면 25분 집중 4회, 휴식 3회)
  4. 네 번째 휴식은 15분간 진행
  5.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1. ~ 4. 진행

말로 풀어서 설명하면 25분 집중하고 5분 동안 쉬는데, 네 번째 휴식은 15분 동안 진행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는 사람의 집중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동안은 일에 집중하고, 집중력이 소모되었을 즘에 5분 정도 휴식을 취함으로써 다시 집중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원칙적으로는 위 시간을 엄격하게 지켜야 겠지만, 개인의 성향에 맞춰서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해서 적용해도 좋고, 집중과 휴식 시간을 정해두었더라도 너무 엄격하기 보다 집중 상태를 좀 더 유지할 수 있다면 집중 시간을 좀 더 가져가고, 휴식시간도 조금 유연하게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들 합니다.

저도 한 번씩 일을 하면서 집중하기가 너무 어렵다싶으면 포모도로를 하는데, 개인적으로 포모도로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집중 시간을 유지하는 것보다도 휴식 시간이 시작되고 나서, 딱 그 시간 동안만 쉬고 원래의 집중 모드로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집중 시간은 조금 유연하게 적용하더라도 방법론에 익숙해질 때까지 휴식시간은 최대한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이 듭니다.

스마트폰의 도움을 받아본다면…

물론 위 사진의 타이머를 사서 포모도로를 적용해 볼 수도 있겠지만, 스마트폰 앱으로도 적당한 타이머가 많이 있으니 그 중 하나를 골라서 써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독특한 컨셉의 앱 중에 Procraster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앱은 포모도로 방법론에 GTD를 더한 것으로 이 앱을 충실히 쓰면 전체적으로 어떤 영역에 어느 정도의 시간을 투자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저는 다른 GTD 앱을 이용하다 보니 중복되는 경향이 있어서 몇 번 살펴보고 지웠습니다.

현재 제가 즐겨 사용하는 포모도로 앱은 Flat Tomato라는 것입니다. 이 앱을 사용한지 벌써 5년은 넘은 것 같은데도 꾸준히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데다, 여러가지 유용한 기능을 추가하면서도 단순하고 깔끔한 기본기를 유지하고 있어서 다른 앱에 대한 생각이 거의 들지 않는 훌륭한 앱입니다.

Flat Tomato의 기본화면

실행시키면 커다란 아날로그 시계 화면이 보이고, 시계를 탭하면 타이머가 실행됩니다. 옵션에 따라서 실행되고 있는 동안 화면을 켜둘 수도 있고, 그대로 꺼지게 할 수 있습니다. 켜둘 경우에는 화면이 어두워지게 할 수 있는 옵션이 별도로 있고, 꺼질 경우에는 시간에 맞춰서 알림이 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이 정도 기능만 있었는데, 여러 번의 업데이트를 거치면서 많은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1. 집중, 짧은 휴식, 긴 휴식 시간을 분 단위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선택 화면이 휠로 되어 있어서 조작에 조금 어려운 감은 있네요.
  2. 미리알림, 기본 달력과 미리알림 뿐 아니라 Todoist에서도 할일을 임포트 해올 수 있습니다. 특히 미리알림의 경우에는 불러올 리스트를 따로 정할 수도 있구요. 타이머를 시작할 때,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지정할 수 있는데, 나중에 통계표에서 내가 한 일의 목록과 시간을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3. 한 번 탭에 시작하고, 매 번 탭을 통해서 다음으로 넘길 수 있습니다. 전화가 오거나 회의를 하게 될 경우, 시계를 꾹 누르고 있으면 내가 왜 포모도로를 중단하는지 선택할 수 있고, 단순히 더블탭을 통해 현재 진행중인 포모도로를 중지할 수 있습니다.
  4. 달력화면에서는 내가 완료한 포모도로의 갯수에 따라 원의 크기를 달리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내가 얼마나 포모도로를 자주 많이 했는지 볼 수 있습니다.

  5. 마지막으로 통계표에서는 과거 특정 기간 동안의 포모도로 완료 추세와 각 태스크 별 진행 트리, 히트맵을 볼 수 있고, 내역을 csv 형식으로 추출할 수 있습니다.

기본 기능만 사용한다면 무료이고, 달려과 통계표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 1.99 (한국은 부가세 추가)에 추가기능을 구매해야 합니다. 기본 기능만으로도 충분히 유용하다는 생각이고, 추가기능을 위해서도 기능에 비해서는 좋은 가격이라고 생각해서 추천합니다. 지난 몇 년 간 조용하지만 꾸준한 업데이트를 생각해봐도 사서 후회하지 않는 앱 중의 하나입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고

신영복 선생과 그 책의 유래에 대해서 알게 된 후로 선생의 책을 읽어보아야겠다고 계속 생각은 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그러다가 선생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이미 많이 늦었지만, 더 늦진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선생의 책 몇 권을 샀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읽기 시작한 것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전자책,종이책)이다.

이미 대부분 잘 알고 있겠지만,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신영복 선생이 가족에게 보낸 편지를 지인들이 묶어서 책처럼 만든 것이 시작이다. 나중에 서간을 더 모으고 따로따로 출간되었던 것들을 다시 묶어서 현재의 개정판이 나왔다. 내가 먼저 산 전자책 세 권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강의 (나의 동양고전 독법), 담론이고, 최근에 나온 마지막 강의는 책으로 사려고 마음먹고 있다. 구매한 책 중에서 이 책을 가장 먼저 보기 시작한 것은 물론 시기적으로 가장 앞서 있기도 하지만, 편지를 묶은 수필이다 보니 가장 읽기 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뜻밖에 책은 읽기가 쉽지 않았다. 문장 자체가 어렵진 않다. 신영복 선생은 어렵게 씀 직한 글도 쉽게 잘 풀어서 썼고, 쓸데없는 미사여구도 없어서 눈이 어지럽지도 않았다. 다만 책을 읽어나가기가 어려운 것은 그 편지에 녹아 있는 경험이나 생각의 깊이를 내가 도무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인 듯했다. 읽으면서 느껴지는 것은 선생이 참 맑으신 분이란 것이었고, 흔히 같은 물을 마셔도 소는 우유로 나오고 뱀은 독으로 나온다는 것처럼 나 같은 사람이 겪기엔 좌절과 증오만 더했을 법한 길고 긴 감옥 생활을 스스로 대학으로 만들고 깊은 성취를 이루었다.

책에 소개된 실물 편지의 글과 그림을 보면 그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기도 하고, 매우 사소하거나 아니면 오히려 기분 상할 법한 경험에서 아주 오래 남을 교훈을 찾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한 번 만 읽어서는 도저히 그걸 다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인상 깊었던 글 한 토막을 소개하자면, 책 초반의 청구회의 추억이란 제목의 편지글이다. 청구회는 대학 소풍 가는 길에 우연히 동행하게 된 어린 친구들과 친해지고, 몇 년에 걸쳐 교류한 것에 대한 추억을 적은 글인데, 읽어보면 선생이 원래 이렇게 맑은 사람이었구나 하는 것과 난 애초에 이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면서 자존심과 옹고집은 몇 배 크지 않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한 편으로 일종의 수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서간체 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루이제 린저가 쓴 생의 한가운데가 문득 떠올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물론 생의 한가운데는 두 사람이 편지를 주고받고, 이 책은 선생이 보낸 편지만을 모은 것이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편지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그런 인상을 받은 것 같다. 편지 하나하나 별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하나의 큰 흐름을 따라 진행되는 느낌. 어쩌면 그 끝을 이미 알고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