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래된 이어폰

나는 오랫동안 잘 사용한 물건들은 나중에 그 소용이 다하고 나서도 잘 버리질 못한다. 아마 그러니 오랫동안 잘 사용한 이 이어폰도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버리거나 하진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이제 새로운 이어폰을 사서 그 새로운 것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으니, 이젠 거의 대부분 잊고 지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한참을 사용한 이어폰은 젠하이저에서 나온 cx980i이다. 아이폰 4를 처음 사고 얼마 안되서 구매했으니 햇수로 벌써 5년은 된 것 같다. 이 녀석을 사기 전에는 번들이어폰이나 몇 천원짜리 저렴한 이어폰만 사용했었는데, 처음으로 비싼 이어폰을 사서 들어보고나서 — 잘은 모르겠지만 — 소리가 좀 다르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이어폰을 사용하다가 처음으로 낡아간다고 느낀 것은 재작년 쯤에 리모콘 부분의 뒷판이 떨어졌을 때였다. 결속 부위가 부러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별다른 방도가 없어서 순간 접착제로 붙여서 사용했다. 그러다가 작년 하반기가 시작될 때 쯤 부터는 오른쪽 귀로 이어지는 이어폰 줄의 피복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검은색 절연 테이프도 붙여봤지만 너무 뚜거워서 되려 불편했고, 그래서 그냥 다니자니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 보여서 불안했다.

어찌어찌 반창고로 잘 감싸서 반년 가까이 잘 듣고 다녔다. 그 사이 리모콘의 등판이 한 번 더 떨어지기도 했지만, 내 귀에 소리는 사실 그다지 문제가 없었고, 그저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을 때, 오른쪽으로 누리끼리하게 드러나 보이는 것이 적이 불편할 뿐이었다.

한 번 눈이 높아져 버리니 저렴한 것은 그다지 마음이 차지 않고, 또 비싸고 좋아보이는 것은 왠지 돼지 목의 진주목걸이처럼 느껴지는 바람에 새 이어폰을 사는 것은 자꾸 미루기만 했다. 불편하다 했지만 막상 쓸 때는 불편한 줄도 잘 모르기도 했다. 그러다가 원래는 200불 정도 한다는 이어폰이 50 달러에 팔리는 것을 보고 얼른 주문을 넣어서 오늘 받을 수 있었다. 적당한 가격에 꽤 고급스런 생김새에 한 번 들어보니 소리도 내 귀엔 충분히 괜찮다.

그래서 이제 이 오래된 이어폰을 처음 샀을 때 들어있던 케이스에 넣어서 서랍장 한 쪽에 잘 보관해 두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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