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ylor Swift의 경제학

대개 콘서트 티켓의 판매는 선착순으로 이루어집니다. 공연 입장권 등을 유통하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모월모일 모시부터 입장권을 판매한다고 공시하면, 전세계의 팬들은 그 시간이 되기 벌써 몇십분 전부터 준비하고 있다가, 시간이 되는 바로 그 순간에 사이트에 접속해서 티켓을 사려고 하죠.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닙니다. 유명한 아이돌 같은 경우에는 워낙 인기가 좋다보니 컴퓨터 매크로따위로 티켓을 최대한 구매해서 암표로 팔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입장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오르기도 하고, 어떤 팬들은 인터넷 구매의 예행연습을 한답시고 전혀 다른 가수의 콘서트를 잔뜩 예매했다가 그냥 무더기로 취소해 버리기도 합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대부분의 내용은 해당 기사를 참조했습니다.) 표를 선착순으로 팔지 않는 것인데요. 그렇다면 기준을 무엇으로 했을까요. 바로 본인에 대한 팬들의 관여 정도를 표를 살 수 있는 기회의 척도로 삼았습니다. 결론적으로는 경매와 비슷한 거에요. 하지만 단순히 비싼 가격을 제시하면 표를 살 수 있는 경매와 다르게 평소에 테일러에게 많은 관심을 보여야 합니다.

어떻게?

테일러 스위프트가 콘서트 티켓을 판매하는 Ticketmaster라는 사이트는 Verified Fan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합니다. 일단 사용자 등록을 한다음에 여러 활동을 하는 거죠. 앨범을 사는 것뿐 아니라 테일러 스위프트의 SNS 글을 공유하고, 뮤직비디오를 여러번 시청하고 공유하는 등의 일들이 점수에 영향을 미칩니다.

바로 어제 (2017년 12월 16일)에는 팬들을 위한 전용 앱인 Swift Life라는 앱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앱을 열어보면 전화번호나 페이스북을 통해서 회원가입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전화번호는 미국 번호만 지원) 앱 안으로 들어가보면, 테일러 스위프트가 자기 이야기를 올리는 공간이 있고, 다른 사용자의 글을 모아볼 수 있는 공간 등. 메뉴 중에서는 단계별로 일종의 미션을 앱 사용자에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본 화면 캡쳐

어떤 의미가 있나.

사람마다 어떤 물건에 대해 느끼는 가치가 다릅니다. 그러니까 같은 물건이라도 누구는 비싸도 살 용의가 있고, 어떤 사람은 참 저렴해 보이는 가격에도 지갑을 열기 망설일 겁니다. 만약 판매자가 각가의 구매자가 자기 물건에 두는 가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모든 구매자에게 다른 가격을 매겨서 자기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가격 차별 정책이라고 하죠.

현재 대부분의 콘서트 티켓 판매에서 이런 식의 가격 차별은 암표상들이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우르르 달려들어 표를 잔뜩 구매한 다음에 처음에 비싼 값으로 올렸다가 팔만큼 팔고 나면 가격을 조금씩 낮추는 방식이고, 구매자가 제품으로 느낄 수 있는 가치의 대부분을 판매자도 구매자도 아닌 암표상이 훔쳐가게 됩니다.

티켓 판매점에서 공식적으로 경매를 하면, 분명 암표상이 설자리를 없어지고, 팬 입장에서도 자기가 낸 돈이 어느정도 정직하게 자신의 스타에게 간다는 측면에서는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표를 이런 식으로 팔 수 있을까요? 결국 시장화를 어느정도 받아들이냐의 문제이지만, 아마 테일러 스위프트가 높은 인기를 누리는 한, 아무리 열정적인 팬이어도 돈이 충분치 않다면 결코 그의 콘서트를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스위프트의 새로운 방식은 그런 의미에서 더 열렬한 팬에게 테일러 스위프트를 가까이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아직 AI로는 비디오를 보게 할 수는 없다고 하니, 아직 열정적인 사람이 장사꾼의 인프라에 밀릴 것 같지도 않구요. 열렬한 팬들은 특별히 무언가를 더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하던대로 하면 되니까요.

물론 단점이 있습니다. 여기서 아무리 열심히 한들 표를 주지는 않습니다. 표를 살 기회를 주는 것이죠. 그리고 나처럼 특별히 열렬한 팬은 아니지만 그의 음악에 호감이 있고, 때때로 찾아보는 수준의 사람이라면,,, 아마 콘서트는 포기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팬 사인회를 위해서 수십장의 앨범을 사는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이런 방식이 팬에게 기회를 주는 방식이 아니라, 팬에게서 경제적이익을 짜내는 방식으로 사용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이제 첫 시도니까요.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 한 번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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