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나라, 빈곤을 특화하다.

이 책은 “부자나라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고, 가난한 나라는 왜 여전히 가난한가(How Rich Countires Got Rich… and Why Poor Countries Stay Poor)”라는 제법 긴 제목을 가지고 있다. 아프리카 등 제 3세계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오랫동안 성장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선진국들과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설명하고자 하며, 대안으로 다른 전통의 경제학을 제시하고 있다. 내용 상으로는 예전에 읽었던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심화된 버전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은 먼저 지금의 선진국들이 부자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준 지금과는 다른 유형의 경제학적 전통이 과거에 존재했음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일찍이 베네치아, 영국을 부유하게 했고, 이처럼 강대해 지기 전에 미국이 따랐던 원칙이며, 근래에는 아일랜드 등이 낮는 경제 수준을 타파하기 위해 적용한 이론이다. 안토니오 세라가 1613년에 자연 조건이 부족한 베네치아는 그토록 부강해진 반면에 여러 자원이 풍부한 고향 나폴리는 왜 가난한지에 대해 탐구했으며, 리스트 등 많은 학자들도 이에 대해 연구를 했었다. 이들이 탐구해 냈고, 현재의 많은 부국들이 따른 원리는 국내에 제조업을 유치한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 기술 수준이 낮은 제조업이라 할지라도 국내에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은, 해당 국가 사람들의 실질임금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단지 제조업 종사자의 생활 수준을 높일 뿐만 아니라, 그 주변 지역의 농업 또한 발달시킴으로써 농민의 소득을 향상시키고, 도시에 거주하는 서비스 종사자의 생황수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라이너트 교수는 이를 수확 체증을 불러일으키는 활동으로 표현한다. 즉 나라가 더 부유해지기 위해서는 문화, 관습, 정치 상황에 관계업이 수확 체증 산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리카도에 뿌리를 둔 자유무역에 대한 이론은 실제에 기반한 발전의 경제학을 인식 저편으로 몰아내고, 실제로는 세상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엄밀하게 추상화된 환상에 현실을 끼워넣으려고 한다. 리카도의 비교우위설이란 어느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산에 우위를 가지는 분야에 생산을 특화함으로써 전체적인 부가 증대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이 이론을 따를 경우, 현재 개발 수준이 낮은 국가들은 원자재 생산이나, 더 이상의 혁신이 불가능한 구식의 제조업 등 부가가치가 거의 없는 분야에 특화함으로써 이 후에도 계속 가난한 채로 남게 될 것이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리카도의 이론에 기반한 자유 무역이 위험한 점은, 아직 개발도상에 있는 국가들(충분히 효율적이 못한 제조업을 가진 나라들)의 제조업을 선진국과 강제로 경쟁하게 함으로써 계속 발전해야 할 나라들의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부터 차례차례 파멸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책에 의하면, 무조건적인 자유무역은 후진국의 가장 선진적인 부문부터 사라지게 만든다. 저자인 에릭 라이너트가 제시한 증거 중 몽골의 예시를 살펴보면, 그나마 매우 낮은 기술 수준에서라도 제조업을 보유하고 있던 시기에 비해서, 국제 기구의 권고에 따라 아무런 방어막 없이 몽골의 산업을 개방한 후, 제조업이 멸종되다시피 사라진 이후에 오히려 실질 임금이 하락하였다는 것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라이너트는 기존의 경제학과 달리 경제활동에 품질 수준이 있다는 이론을 제시하였고, 지금 가난한 나라들이 경제적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식민주의에 다름 아닌 저개발국에 대한 원조로 그들의 소비를 선진국에 종속시킬 것이 아니라, 수확 체증을 일으키는 혁신이 가능한 산업을 가난한 나라가 유치학고,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책의 부록에 있는 부국을 모방하는 방법에 대한 회르니크의 9개 항목(1684년)을 요약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자 한다.

  1. 토양에 대한 면밀한 관찰을 바탕으로 농업에 대한 세심한 육성
  2. 천연상태로 사용불가능한 모든 1차 상품은 해당 국가에서 가공
  3. 그 나라 부양 능력에 맞게 인구를 늘리도록 고민할 것
  4. 금과 은이 국내에 유입되면 금고나 외국으로 나가지않고, 유통되도록 할 것(현대에는 외환으로 봐도 될 듯)
  5. 어떻게든 국내 생산이 이루어지도록 할 것
  6. 외국에서 수입을 해오더라도, 금/은이 아닌 해당국 생산품으로 교환할 것(그마큼 수출에 신경쓸 것)
  7. 해외 상품을 수입할 때도, 최대한 가공전 상태로 수입하여 국내에서 최종 가공을 수행
  8. 국내의 잉여 제품을 외국에 완제품 형태로 팔 기회를 항상 찾을 것
  9. 국내에서 충분히 공급받고 쓸만한 품질의 물건은 수입을 금지(하지만 최대한 제한하는 정도가 타협점)

특히 두 번째 원칙에 대해선는 국내에서 가공함으로써, 원래 가치의 두배, 세배가 아니라 열배, 백배의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으며, 발전을 위한 중요한 통찰이라고 생각한다. 라이너트는 책 말미에 비록 이 책으로 당장 어떤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더라도, 이제 사람들이 지금의 세계 경제 상황에 대한 원인을 알게 되었으니, 무척 긍정적이라고 말한다. 일단 원인을 알게 되었으니, 언제가는 그 해결책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라이너트의 이론적 통찰은 꼭 국가 간에만 쓰일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처럼 지역적으로 발전 수준이 다른 경우에도,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을 다른 발전된 지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더 이상 혁신을 기대하기 어려운 기술적으로 낙후된 분야가 아니라, 지속적인 혁신이 가능한 분야를 개척한다면, 경제적으로 좀더 많은 여유를 누릴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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