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고

신영복 선생과 그 책의 유래에 대해서 알게 된 후로 선생의 책을 읽어보아야겠다고 계속 생각은 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그러다가 선생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이미 많이 늦었지만, 더 늦진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선생의 책 몇 권을 샀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읽기 시작한 것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전자책,종이책)이다.

이미 대부분 잘 알고 있겠지만,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신영복 선생이 가족에게 보낸 편지를 지인들이 묶어서 책처럼 만든 것이 시작이다. 나중에 서간을 더 모으고 따로따로 출간되었던 것들을 다시 묶어서 현재의 개정판이 나왔다. 내가 먼저 산 전자책 세 권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강의 (나의 동양고전 독법), 담론이고, 최근에 나온 마지막 강의는 책으로 사려고 마음먹고 있다. 구매한 책 중에서 이 책을 가장 먼저 보기 시작한 것은 물론 시기적으로 가장 앞서 있기도 하지만, 편지를 묶은 수필이다 보니 가장 읽기 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뜻밖에 책은 읽기가 쉽지 않았다. 문장 자체가 어렵진 않다. 신영복 선생은 어렵게 씀 직한 글도 쉽게 잘 풀어서 썼고, 쓸데없는 미사여구도 없어서 눈이 어지럽지도 않았다. 다만 책을 읽어나가기가 어려운 것은 그 편지에 녹아 있는 경험이나 생각의 깊이를 내가 도무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인 듯했다. 읽으면서 느껴지는 것은 선생이 참 맑으신 분이란 것이었고, 흔히 같은 물을 마셔도 소는 우유로 나오고 뱀은 독으로 나온다는 것처럼 나 같은 사람이 겪기엔 좌절과 증오만 더했을 법한 길고 긴 감옥 생활을 스스로 대학으로 만들고 깊은 성취를 이루었다.

책에 소개된 실물 편지의 글과 그림을 보면 그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기도 하고, 매우 사소하거나 아니면 오히려 기분 상할 법한 경험에서 아주 오래 남을 교훈을 찾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한 번 만 읽어서는 도저히 그걸 다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인상 깊었던 글 한 토막을 소개하자면, 책 초반의 청구회의 추억이란 제목의 편지글이다. 청구회는 대학 소풍 가는 길에 우연히 동행하게 된 어린 친구들과 친해지고, 몇 년에 걸쳐 교류한 것에 대한 추억을 적은 글인데, 읽어보면 선생이 원래 이렇게 맑은 사람이었구나 하는 것과 난 애초에 이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면서 자존심과 옹고집은 몇 배 크지 않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한 편으로 일종의 수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서간체 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루이제 린저가 쓴 생의 한가운데가 문득 떠올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물론 생의 한가운데는 두 사람이 편지를 주고받고, 이 책은 선생이 보낸 편지만을 모은 것이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편지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그런 인상을 받은 것 같다. 편지 하나하나 별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하나의 큰 흐름을 따라 진행되는 느낌. 어쩌면 그 끝을 이미 알고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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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가의 살인

그저 핑계일 뿐이겠지만 요즘에는 책을 많이 읽지 못한다. 특히 예전에는 출퇴근 시간에 책을 읽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이패드와 아이폰이 생긴 이후로 RSS로 뉴스를 보거나, Instapaper에 저장해둔 글을 읽게 되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이 책은 부산에 놀러갔다가 보수동 책방 거리에서 기념으로 사왔다. 뉴스나 짧은 아티클들을 읽다보면 책처럼 긴 글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책들 중에서도 기분을 전환하고 싶을 때는 추리소설 만한 것이 없다. 그리고 요즘 추리소설을 읽는다 치면 자연스럽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고르게 된다.

추리소설

어쩌면 나 혼자 생각일 수도 있지만 보통 추리소설이라하면 트릭의 장치와 그 문제를 해결해 가는 추리 기법이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사람들의 심리나 행동도 어느정도 묘사가 되지만, 대부분은 사건에 개연성을 줘서 독자들이 거부감 없이 사건에 몰입하도록 하기 위한 부수적인 도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갑작스레 사건이 발생하고, 현장의 모습은 자연적으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몇 가지 빈틈 – 힌트 – 가 존재하고 그것을 이리저리 잘 맞춰보면 일견 불가능해 보이는 그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해답을 찾아내면서 자연스럽게 범인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마지막에 범인의 모티브를 말하는 것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끝내야할 필요 때문일 뿐이다.

추리보다는 인물

물론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도 이러한 순서를 어느정도는 차근차근 따른다. 사건이 발생하고, 언뜻 불가능해 보이는 현장의 모습이 미스테리를 부풀린다. 퍼즐을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사건의 본질과 범인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추리물과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이 소설은 사건의 트릭 그 자체보다는 그 사건을 발생시킨 사람들의 심리에 더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말할 생각은 없지만, 이 사건의 중심이 되는 미스터리도 정교한 퍼즐처럼 잘 짜여졌다고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 몰입이 되는 것은 작가가 자연스럽게 “퍼즐을 풀어보라”가 아닌 왜 주인공은 범인을 찾으려고 하는가, 왜 살인자는 그 사람들을 죽였을까. 왜 희생자는 죽어야 했는지 우리가 계속 질문을 던지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사람 이야기

결국 이 소설을 끝까지 읽고 보면, 죽인 사람도 죽은 사람도 꼭 그래야만하는 필연성은 없었다. 그냥 무덤덤하게 본다면, 왜 굳이 저런 일로… 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우리가 평소 견디고 대처해오던 이상의 무언가가 갑자기 우리 앞에 닥쳤을 때, 나도 모르게 우린 틀린 생각을 확고하게 믿게 되지 않을까.

 

내 안에 숨겨진 최대치의 힘을 찾는 법: 마스터리의 법칙을 읽고

이 책은 이 전에 비슷한 유형의 책 — 전쟁의 기술, 권력의 법칙 —을 쓴 로버트 그린(Robert Greene)의 최근작이다. 그의 전작들도 꽤 재미있게 읽었었기 때문에 이 책이 나왔을 때 크게 고민하지 않고 바로 구입하여 얼마 전 모두 읽을 수 있었다(꽤 오래 읽었다). 책에 대해서 쓰기 전에 먼저 밝혀두고 싶은 것은, 내가 자기계발서를 그다지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소개하는 것은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이다.

이 책의 구성

  1. 이 책은 전체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은 다시 몇 개의 절로 나누어진다. 책의 제목이 말해 주듯이 이 책의 목적은 독자가 마스터리(Mastery)라는 궁극적인 단계에 도달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에 따라 각 장도 1장 “인생의 과업을 발견하라”부터 마지막 장인 “직관과 이성의 행복한 결합, 마스터리”에 이르기까지의 단계를 차례대로 설명하고 각 단계에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2. 각 장 별로도 비슷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각 장은 실제 인물을 통한 예시를 보여주고, 그 인물이 마스터리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수련을 거쳤는지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각 단계에서 배운 것 중에 조심해야 할 내용을 뒤집어보기라는 절을 통해서 보여준다.

이 책의 가치

  • 마스터리라는 것이 명확하게 정의될 수 없는 개념이지만, 나름대로 여러가지 과학적인 근거 등을 내세워서 합리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각 단계에 이른 사람이 어떠한 상태인지 그 상태를 극복하고 다음으로 넘어가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말해주고 있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고, 그 책에서 제안하는 것을 따라 시도해보느냐는 언제나 독자의 문제이긴 하지만, 최소한 이 책에서는 읽고 시도해 볼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은 들만한 것들을 제시해 주고 있다.

  • 처음 이 책을 펼치면서도 익숙하게 느껴질 만큼 전작들에서도 자주 활용한 방법인데, 이 작가는 역사적으로 실재했던, 혹은 아직 살아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끌어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인물들에 대해서 서술할 때는, 같은 사건이라도 주제 별로 중요하게 봐야할 점을 설명해주고, 그 사건 또는 인물에서 어떤 점을 배울 수 있는지 설명한다.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는 대부분 그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수련을 쌓아서, 어떠한 형태의 마스터리에 도달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장애물을 극복했는지이다.

  • 각 절의 앞머리에 있는 인용문도 이 책을 읽는 작은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적당한 분량의 해당 주제와 관련이 있는 유명인의 글을 인용해와서, 지금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지 힌트를 준다. 그리고 인용문 자체로도 한 번 씩 봐두면 좋을 만한 글들이고, 때로 따로 보관해 두고 자주 읽었으면 싶은 글들도 있어서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마음에 안드는 점은…

  • 무엇보다도 역시 이런 종류의 책의 문제점은, 읽을 때는 다 맞는 말이고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다 읽고 나면 그래서 어쩌라는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는 점이다. 실용적으로 익힐 수 있는 기술에 대해 설명한 것도 아니고, 책의 내용도 그 자체로는 그냥 옳으신 말씀이다 보니 읽을 때는 꽤 흥미진진한 것 같고 매끄럽게 읽히지만 다 읽고나면 좀 허무하다 싶은 것도 사실이다.

  • 이 책에서는 몇 가지 저자 본인의 주장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였는데, 그러한 근거가 그럴 듯하지만 엄밀하게 증명이 되었는지, 증명이 가능한지는 약간의 의구심이 남는다. 그런데 이 부분은 그렇다 치더라도 정작 애매한 부분은 역사적 인물이 겪은 사건들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다. 사람도 실재하고, 그 사건도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지만, 그 와중에서 인물의 심리묘사는 상당부분 소설적인 상상력으로 비춰지는 것이 사실이고, 그 사건에 배울 수 있는 교훈또 때로는 억지로 끼워맞춘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많은 사람이 매력을 느낄만한 주제에 대해서 상당히 매끄럽게 풀어내었고, 또 저자가 설명하는 마스터리라는 궁극적 단계와 이에 도달하기 위해 각 단계에서 수련할 사항 등은 독자에게 장•단기적인 목표를 제시해 줄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자가 여러가지 실제 사례에서 뽑아내려는 교훈과 상관없이 어떤 어려움을 극복한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읽는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고 본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시장화와 시민사회의 가치

아마 다른 중요한 저서도 분명 있었겠지만, 대중적으로 주목을 끄는 책으로서는 두 번째로 한국에 소개되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정의 그 자체에 대한 이런저런 개념을 소개하고 정의에 대해서 고민하는 계기를 제시했다면, 이 책에서는 시장이 과연 시민 사회에 침투해 오는 것을 허용해도 좋은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센델 교수가 생각하는 답은 시장이 유용한 도구이나 우리 사회를 지배하게 둬서는 안된다라는 대답일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시민사회의 여러 가지 규범 혹은 가치가 시장화되더라도 그 본질적인 가치는 훼손되거나 변질되지 않으며, 사장 제도의 도입이 시민 사회의 여러가지 비효율을 제거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센델 교수는 때로 어떤 가치는 가격이 매겨저서 거래되기 시작한다면, 그 가치가 변질되거나 훼손되어서 더 이상 시민사회에 기여하지 못하게 되거나, 사회 구성원이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바람직하지 못한 덕성 – 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 을 계발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 책에서는 시장화가 가치의 본질을 훼손시키는 경우를 크게 다음과 같이 나누고 있다.

  • 사람들에게 무언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것을 하도록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
  • 자기 차례를 줄서서 기다리는 대신 새치기의 권리를 구매하는 것
  • 명예나 진심어린 사과 같은 것을 돈으로 사거나 대행할 수 있는지의 문제
  • 죽음을 시장에서 거래하는 것
  • 마지막으로 스카이박스화(skyboxification)의 문제 등이다.

개인적으로 책을 보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청소부보험 문제였다. 청소부보험이란, 회사에서 갑작스레 죽는다면 회사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임원 뿐만 아니라,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회사를 수익자로 하여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그래서 만약 직원이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면 가장을 잃은 가족보다 먼저 회사에서 큰 수입을 올린다. 여기서 무서운 점은 직원은 보험료를 납부하지도 않고, 나중에 수익자가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한 계약에서 완전히 배제된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만약 회사가 공장을 운영한다면 안전을 위해 투자하기 보다는 직원들의 위험을 방조할 가능성도 생길 수 있지 않을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국 주 정부에서도 규제를 시작해서 본인의 동의없이는 생명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 교육을 잘 받지 못한 사람의 경우에는 여전히 이용당할 위험이 있으므로 경영자들의 인식이 바뀌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시장이 여러가지 사회 기능을 효율적으로 바꿔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돈으로 사지 말아야 할 것들도 시장화되어 돈으로 살 수 있게 되면서 본래 합당하게 지녀야 할 가치를 더 이상 지니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 것 같다. 분명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리라고 믿는 한 가지는 세상에는 분명 어느만큼의 돈을 주더라도 살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그러한 것들이 점점 줄어들어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안타까운 이유는 심화되는 빈부 격차가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서 그들이 예전에는 가난과 관계없이 가질 수 있었던 것을 빼앗아서, 가진 자들에게 주고 있기 때문이다. 돈을 가진 사람들은 점점 더 돈 보다 더 많은 것들을 가질 수 있게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손에 넣은 것의 가치가 변질되어버리고 나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계속해서 그 가치를 지켜가기를 바라본다.

계속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시장화와 시민사회의 가치” 읽기